거대 가속 (The Great Acceleration)



약장수, 2010 <의성어적 율동의 기록>(베르겐 쿤스트할, 노르웨이, 2013), 설치전경.
사진촬영 : Thor Brødreskift


타이페이비엔날레 2014
2014. 9. 13 – 2015. 1. 4
타이페이 시립미술관
http://www.tfam.museum/News/News_page.aspx?id=37&ddlLang=en-us

“지구환경 파괴와 맞서 싸우게 된 시대, 해수의 이상기온,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 … 과연 <약장수>가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까? ”

양혜규는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타이페이 시립미술관에서 그녀의 대표적 조각언어, 광원조각 시리즈 중 <약장수>(Medicine Men, 2010)와 <여성형 원주민>(Female Natives, 2010)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9월에 개최되는 타이페이 비엔날레는 네덜란드 화학자 폴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제안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인 ‘인류세(Anthropocene)’를 근간으로 ‘거대 가속(The Great Acceleration)’이라는 주제를 선보인다. 프랑스 출신 미술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타이페이비엔날레2014의 전시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인간, 동물, 식물, 기계, 상품 사이의 “계약”이라는 관계에 질문하며 양혜규를 포함한 51명의 전 세계 작가들과 현대미술의 현 주소를 살펴볼 것이다. 니콜라 부리오는 양혜규의 광원조각 시리즈 <약장수>와 <여성형 원주민>을 선정, 각각의 조각들은 집합체로써 공동체가 지니는 관계의 방식을 주술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을 주요한 선정이유로 밝혔다.
광원의 조각군에는 플라스틱 조화와 가발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 건조된 식자재와 각종 사사로운 일상적 오브제가 결합되어 매우 복합적인 재료와의 열열한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신체일부의 과장 혹은 변형을 꾀할 수 있는 가발이라는 재료는 일종의 변신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고,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미 머리장식, 가면, 가발 등은 의식과 제례에 빈번하게 등장하여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던 소재이다.

여러가지 형태의 재료들이 자유분방하면서도 비상식적이고 유별나게 결합되어 의류행거에 늘어져 있는 모습은 마치 일종의 각설이를 상상케 한다. 이는 아샹블라쥬식의 조각형상화라는 강한 표현성과 더불어 마친내는 일종의 군상, 즉 인간-풍경을 이루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니진스키의 안무, <봄의 제전>(1913)을 이슬람교도의 기도시간에 맞추어 울려 퍼지게 함으로써 조각물들에게 상상적 군무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의인화된 조각들은 마치 니진스키의 무용가로 변신한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작가는 화려하고 다양한 조화의 특이한 조합을 통해 사물을 구별하는 관습적인 방식에 대응하며, 여성적인 감성에 의거하여 지구상에 또 다른 풍토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순간이동에 의해서만 이루어질만한 기이한 이형조합의 결과층”

그리고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Manuel Raeder)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벽지작업인 <순간이동의 장>은 작업, 전시 설치 광경, 괴목 사진 등 다양한 오브제 이미지들이 무중력 상태 안에 떠다니고 날아다니는 듯 하다. 입체적이지만 납작하게 등장하는 이미지들의 중첩은 공간과 시간을 축지법으로 접어놓은 양 존재하게되고, 이는 비엔날레라는 실제 공간 안에서 <여성형 원주민>, 그리고 <약장수>와 중첩하면서 더 많은 층을 이루게 된다.

한편 타이페이 비엔날레는 1992년 ‘타이페이 현대미술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2년 주기로 개최되며 대만에서는 최초로 현대미술전시 개최를 목적으로 1983년 처음 문을 열었다. 9회를 맞이하며 타이페이 시립미술관에서 올해 9월 13일에 시작하며 내년 1월 4일까지 진행된다.